예상보다 긴박했던 '킬 레이스'... 파생 콘텐츠 가능성 보여

[게임플] "두리엘을 가장 빠르게 잡는 방법은?"

이 질문에 참고가 될 만한 흥미로운 이벤트가 지난 주말 열렸다. 블리자드가 3일 개최한 디아블로2: 레저렉션 생방송 'HELL로 디아블로' 스페셜 매치는, 게임 속 또다른 재미를 발굴하는 시간이었다.

매치 주제는 2막 최종보스, 두리엘까지의 클리어 시간을 겨루는 킬 레이스였다. 클리어 시간이 빠른 팀일수록 높은 포인트를 받고, 클리어 순간까지 레어 이상 아이템 획득을 집계한 파밍 포인트를 합산해 최종 우승팀을 가렸다. 

총 24인의 스트리머가 참여했고, 사전 추첨을 통해 8팀을 편성하고 연습과 전략을 다듬는 기간을 가졌다. 3일 본게임에서는 정소림 캐스터와 김정민, 정우서 해설이 진행을 맡아 쉬지 않는 입담으로 시청자를 떠나지 못하게 했다.


약 2주 가량의 연습기간은 놀라운 시간 단축을 이끌어냈다. 가장 빠른 팀이 고작 49분 만에 2막 정복을 해냈고, 가장 느린 팀도 1시간 14분을 기록하면서 노력한 성과를 여실히 보여줬다.

킬 레이스 선두팀(따효니, 인간젤리, 매드라이프)의 두리엘 킬 순간
킬 레이스 선두팀(따효니, 인간젤리, 매드라이프)의 두리엘 킬 순간

팀 조합에서 필수로 채용된 직업은 암살자(어쌔신)였다. 극초반 기동력이 독보적으로 높고, 함정을 통한 사냥도 빨라 초반 스피드런에서 빠질 수 없었다. 그밖에 안정적 팀플레이가 가능한 성기사(팔라딘), 초반 다재다능한 드루이드의 활약이 도드라졌다.
 
반면 초심자 추천 직업 1순위인 원소술사를 넣은 팀들은 초반 허약한 내구력으로 인해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디아블로2 게임 이해도와 스피드런 최적화 전략에 따라 팀간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킬 레이스 향방을 가른 것은 2막 후반 비전의 성역(아케인 생추어리) 지역이었다. 원작에서도 악명이 높았던 곳으로, 4갈래 길 중 정답은 단 하나다. 흩어져서 길을 찾아도 파티원은 3명이기 때문에 운이 없을 경우 헛걸음으로 시간 타격이 클 수 있었다.

결국 스피드런 시간 1위는 매드라이프를 중심으로 동선 최적화에 성공한 1팀이 차지했다. 지역별로 길찾기와 파밍을 정확하게 나눈 역할 분담이 돋보였다. 두 번째로 두리엘 킬을 달성한 팀은 후반 들어 놀라운 길찾기 속도를 보여준 5팀이었다.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던 7팀은 레벨링 부족으로 막판 뒷심이 떨어졌고, 비전의 성역에서 지체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아래로 밀려났다. 최약체로 평가받았던 8팀은 중반까지 선전하는 듯했으나, 최후반 탈 라샤의 무덤 맵에서 모든 지도를 밝힐 때까지 퀘스트 지역을 찾지 못하는 치명적 악재로 인해 마지막으로 골인해야 했다.

종합 순위는 파밍 포인트로 인해 다시 뒤집어졌다. 킬 레이스 2위였던 5팀이 파밍 공동1위를 기록하면서 최종 우승으로 상금 1,500만원을 얻었다. 3위는 우승후보 흑운장이 지휘한 3팀이, 4위는 유니크 아이템만 4개를 얻는 행운에 힘입어 7팀이 안착했다.

스피드런의 본질을 이해한 조합과 전략, 맵 랜덤 생성이라는 변수에 대응하는 임기응변, 파밍 배분과 행운 등 여러 요소가 결합된 매치였다. 특히 돌발 변수에 따라 중간 선두 구도가 요동치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교차되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운영 면에서 아쉬운 점도 나타났다. 서버 사정으로 인해 대회 당일 규칙이 급히 수정됐고, 파밍 아이템 집계에서도 한 차례 오류가 있었다. 하지만 예상 이상의 긴박감으로 경쟁 구도가 펼쳐지면서 새로운 유형의 콘텐츠를 선보였다는 가치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아직도 디아블로2: 레저렉션 스트리밍은 활황이다.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자발적으로 재미를 느끼면서 파밍에 몰두하고 있으며, 하드코어 모드 등 다양한 플레이가 새로운 방송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21년의 세월을 넘어 새로운 미디어로 돌아온 디아블로2가, 우리에게 얼마나 더 다양한 재미를 안겨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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