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과 사운드의 완벽 개선, 원작 '분위기'도 잃지 않아

[게임플] 장점은 늘렸고, 단점은 최소화했다. 무엇보다도 원작 매력을 잃지 않았다.

'디아블로2: 레저렉션'이 9월 24일 출시됐다. 원작의 무게가 크기 때문에 블리즈컨라인 발표 순간부터 반응은 뜨거웠다. 그와 동시에, 원작의 무게로 인한 걱정이 뒤따라오는 것도 당연했다.

디아블로 시리즈는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블리자드 황금기를 수놓은 IP다. 그중에서도 디아블로2는 게임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명작으로 꼽힌다. 2000년 출시 이후 확장팩을 포함한 누적 판매량이 800만장에 달한다. 액션 RPG가 대중적이지 않았고, 다운로드 판매도 없던 시기 이룬 성적이기에 더욱 빛나는 기록이다.

지금까지도 액션 RPG, 21년간 나온 핵앤슬래시 개념의 기준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금 시대 퀄리티로 비주얼을 재구성하면서도 원작 매력을 잃지 않는 일은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베타테스트에서 가능성을 입증했고, 정식 출시 버전은 그 약점까지 보완한 채 완성됐다.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리마스터와 리메이크의 중간 지점에 있다. 콘텐츠 추가가 없고 시스템도 큰 틀에서 변화하지 않아 리마스터에 가깝지만, 그래픽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리메이크의 형태도 가진다. 

바뀐 그래픽에서 가장 칭찬할 점은 모델링이다. 디아블로2의 가장 큰 매력은 음산함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 악마적 분위기였다. 그래픽이 바뀌면 지나치게 깔끔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레저렉션은 최신 해상도와 모델링을 구현하면서도 그 분위기를 잃지 않았다. 

일정 분야에서는 오히려 진화한 분위기를 선보였다. 유저가 때려잡아야 할 악마와 괴물들의 모델링은 원작 도트그래픽을 초월해 '정말로' 끔찍하고 기괴한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배경 디자인 역시 감각적으로 개선됐다. 단순히 넓어서 짜증나는 녹색 필드였던 액트3은 정말로 뭐든 튀어나올 것만 같은 공포의 숲으로 다듬어졌다.

리모델링 두리엘은 이미 알고 있는데도 놀랐다

사운드는 티가 나는 분야가 아니지만, 사실은 원작과 비교했을 때 가장 환골탈태한 분야다. 7.1채널 돌비 서라운드는 주변 모든 효과음과 울부짖음까지 입체적으로 전달한다. 액션의 핵심인 타격음도 한결 발전했다. 소리를 켜고 플레이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는 몰입감에서 극적으로 다가온다.

한국어 더빙도 게임 몰입에 큰 도움을 준다. 한국에서 원작을 즐긴 유저 숫자에 비해 게임 배경과 스토리를 정확히 이해한 비율은 낮을 것으로 짐작된다. 영어 음성으로 인해 대사 스킵이 잦았고, 중요 스토리가 전부 들어간 시네마틱은 영어만으로 정확한 의미를 곧장 전달받기 어려웠다.

디아블로2의 스토리가 볼륨이 긴 것은 아니다. 게임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강렬한 충격과 밀도 높은 인과관계로 구성되어 있고, 액트마다 개성 뚜렷한 인물들을 만나는 재미도 있다. 더빙과 함께 시네마틱 장인으로 불리던 블리자드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되면서 게임의 이야기를 온전히 즐기게 된 것이 무엇보다 반갑다. 

많은 걱정이 나온 부분이 편의성이었다. 베타테스트에서도 편의성 개선은 일정 부분 이뤄졌지만, 많은 요구가 있던 가방 관련 개선은 일부에 그쳤다. 21년 동안 게임의 편의성이 눈부시게 발전해온 만큼 지금 기준 불편함이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플레이에서도 불편한 점은 많았지만, '이 정도면 할 만하다'라고 느끼게 해주는 장치도 곳곳에 마련되어 있었다. 계정 공유 창고로 인해 아이템 보관 걱정을 덜게 된 것도 장점이다. 포탈을 자주 열어야 한다는 고질적 불편함만 이겨내면 플레이가 힘겨울 수준은 아니다.

난이도 디자인과 직업 밸런스가 설계된 만큼 예상 밖의 요소에서 게임성을 해칠 우려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 딜레마가 부적(참)이었다. 캐릭터 인벤토리에 들어 있어야 효과를 발휘하는데, 칸을 지나치게 많이 차지하게 되어 계륵과 같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개발진은 지나친 편의성 개선이 게임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부적 가방이나 기본 인벤토리 확장처럼, 캐릭터 능력치 뻥튀기가 심화될 수 있는 요소는 억제했다. 게임성을 최대한 원작 그대로 가져가려는 판단으로 읽힌다. 이 설계에 대한 결과물은 시간이 지난 뒤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아쉬운 점도 있다. 최적화는 조금 더 가다듬어서 나올 필요가 있었다. 핵앤슬래시의 기반은 빠르고 부드러운 플레이에 있는데, GTX 20시리즈에서도 높은 옵션의 프레임드랍과 프리징 현상이 자주 제보된다. 여기에 출시 초반 접속 불안정과 서버 랙 발생도 안정화가 추가로 필요하다.

사소하지만 거슬리는 문제점도 있었다. 이용시간 안내 문구는 물론 필요하지만, 문구가 출력되는 매 시간마다 화면 전체가 갑자기 암전되는 현상은 눈에 밟힌다. 앞서 언급한 최적화 문제와 맞물려, 하드코어 플레이처럼 민감한 경우는 특히 악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레저렉션(resurrection)'은 부활을 뜻하는 단어다. 최고의 결과물인지는 평가가 갈릴 수 있지만, 블리자드는 적어도 '최선'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작년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의 낮은 퀄리티로 원작 팬들에게 실망을 안긴 것과 대조적으로, 내부 스튜디오의 역량을 통해 원작 팬들에게 만족스러운 선물을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출시 이후는 좋은 관리가 남았다. 향후 래더 시즌이 오픈될 예정이며, 그밖의 사후지원 업데이트도 준비되고 있다.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디아블로2의 부활을 알리는 동시에, 블리자드의 부활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만드는 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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