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전투 표현력... '원 패턴' 전투, , 아쉬운 다양성
설득력 부족한 오픈월드 RPG 구성 및 모험... 매력만큼 많은 단점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겠다. 그러나 설득력은 부족했다.

캡콤의 신작 ARPG ‘드래곤즈 도그마2’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AI 동료 폰의 특성을 그대로 나열하면 된다. 이들은 신비로우면서 유능한 전투 요원인 동시에 때론 웃음을 유발하는 재미있는 동료다. 하지만 하나같이 나사 빠진 느낌이며 같은 말을 반복하고 진짜 원하는 것은 가져다 주지 않는다.

‘드래곤즈 도그마2’는 어디에 힘을 실어 보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진다. 마치 시소를 탄 것처럼 위치와 시선에 따라 게임에 대한 평가는 시시각각 바뀐다. 하지만 높이 오르나 내리나 스릴을 느낄 수 있는 구간은 짧기만 하다. 게임이 종일 협소한 시각을 제공하는 것처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깔때기의 입구가 매우 좁다.

‘드래곤즈 도그마2’의 최대 장점은 전투 표현력이다. 중, 대형 몬스터들의 등장 연출과 이들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공격 모션과 체공 시간 그리고 쓰러지는 나무와 같은 주변 환경 변화는 전투 집중도를 크게 높인다. 

또 직업마다 다른 전투 액션은 연결 고리가 매끄럽다. 각 직업 특색은 뚜렷하다. 사용하는 무기에서 나오는 차이 외에도 시프의 이련아나 아처의 조준 공격 등 보조 기술에 따라 전투 양상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게임 후반으로 갈수록 사이클롭스, 오거와 같은 중형 몬스터들에 대한 감흥이 사라지지만, 모험 중 한 번씩 벽을 뚫고 갑자기 등장하는 인카운터 연출은 전투에 대한 흥미를 높인다.

직업 선택에 제약이 없어 전투가 지루해질 즘 또 성향과 맞지 않을 때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게임 후반으로 진행될수록 획득 경험치량이 많아 직업을 이전하는데 부담이 크지도 않다.

그러나 이 장점들이 무색할 정도로 ‘원 패턴’ 전투가 게임 내내 이어진다. 장점을 전투가 아닌 전투 표현력이라고 말한 이유다. 몬스터 체급, 유형에 관계없이 약점 피해에 집중하고 그로기 상태를 만든 다음 체력 바를 0으로 만들면 된다.

물론 몬스터 유형에 따라 다른 공격 패턴이 있지만, 큰 학습을 요구하지도 않을뿐더러 몬스터의 유형 자체가 다양하지 않아 이를 모두 숙지하는 순간이 생각보다 일찍 찾아온다. 직업을 바꿔가며 여러 스킬을 사용해 가며 공략을 시작해도 결국 왕도가 정해져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직업 간 밸런스도 상당히 아쉽다. 워리어의 경우 공격 속도가 느린 대신 한 방 피해량이 높고 손맛이 좋다. 하지만 비행 적을 만났을 때 완전히 무력화된다. 폰들에게 맡기고 손가락만 빨거나 도망 다니는 선택지만 주어진다.

‘드래곤즈 도그마2’의 오픈월드는 수영도 등반도 금지된 세계이지만, 어쩌면 생각보다 창의적인 일들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무너진 다리 사이에 서 있는 사이클롭스를 넘어 트려서 건넌다거나 폰을 절벽 아래로 던진 다음 뛰어내리면 폰이 조금 아파하지만, 내 캐릭터는 안전하게 낙하할 수 있다.

퀘스트 해결 방식도 마찬가지다. 관문 역참 마을에서는 두 명의 NPC가 같은 보석을 찾는데 하나의 보석을 구매해 모조품 제작을 의뢰하는 것으로 같은 보석을 두 개 만들 수 있다. 이때 모조품 보석을 누구에게 주느냐에 따라 NPC를 매수해야 할 수도 감옥에 갈 수도 있다.

폰들은 이계에 다녀온 다음 새로운 정보를 알려주고 모험에 도움 될 일들을 척척 해내곤 한다. 전투에서 낙하하는 각성자를 안전하게 받아주고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주고 회복약을 먹여준다.

이 외에도 알지 못하거나 차마 알아채지 못한 창의적인 게임 플레이가 게임 내에 더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어쩌면 게임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대로 만듦새가 허술하다고 생각되는 것들도 많다. 초반 가짜 각성왕의 계획과 관계도를 알려주는 궁정 퀘스트들은 매우 허술하다. 궁정에 잠입해 퀘스트를 진행하는데 옷을 갈아입으면 경비병들이 못 알아보는 수준 정도의 시퀀스다.

창의적인 해결 방식의 사례를 들면서 앞으로 조우하게 될 모험의 이정표가 되어주는 것도 아니다. 퀘스트 진행 내내 심부름꾼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며 컷씬과 대화를 오갈 뿐이다. 마치 각성자의 존재 이유와 같이 플레이어 또한 이야기 진행에 필요한 도구에 불과한 존재로 만든다.

또한 너무 많은 인카운터로 정보의 괴리가 쌓이게 만들어 플레이어에게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는 것도 문제다. 몬스터 등장, 폰의 등장, 동료 폰들의 정보 공유, 서브 퀘스트 등장까지 모든 상황이 인카운터로 진행된다.

여기에 추가로 협소하고 좁은 길목에 제한된 시야는 다시 한번 갇힌 경험을 제공하고 꼭두각시라는 기분을 들게 만든다. 종국에 이르러서 이 모든 게 사실은 게임 내러티브와 관계가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지지만, 만약 그게 정말 게임이 말하고자 하는 바라면 서술 방식에 문제가 있다.

그밖에 논의가 많은 이동에 대한 불편함은 게임 진행 중 골드 버는 법과 우차를 지키는 노하우가 생기고 나서부터 학을 뗄 정도로 불편하지는 않았다. 물론 퀘스트 하나에도 몇 분씩이나 달려야 하는 것은 여전히 썩 유쾌하지는 않다.

이미 많이 논의된 문제지만, 부족한 최적화가 결국 이 모든 걸 덮친다. 개인적으로 30프레임 정도만 나와도 게임을 즐기는 편이지만, 도심 퀘스트가 한창일 때의 과부하는 참기 힘들다. 여기에 추가로 소액 과금 유도 문제가 덧붙여지는데 폰들과의 오픈월드 모험 경험이 중요한 게임에서 반대격에 서 있는 유료 아이템 판매는 다시 한번 게임의 설득력을 떨어트린다.

‘드래곤즈 도그마2’는 그럼에도 충분한 매력을 가진 작품이다. 다양성이 다소 부족하지만, 전투 액션과 손맛이 살아 있다. 또 폰과의 교류는 가끔 딱딱하게 느껴지지만, 동료들과 모험하고 있단 착각을 들게 만든다. 

하지만 그 외 많은 단점을 취향이라는 말로 두둔하기는 어렵다. '드래곤즈 도그마2'는 분명 게임 내적으로도 외적(가격과 소액 결제)으로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매력과 잠재력 모두 충분하지만, 그만큼 문제가 쌓여있고 단기간 내 해결도 어려워 보인다. 지금의 부족한 설득력을 채우기까지 어쩌면 꽤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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