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인 풍자로 '진짜' 힙합 논쟁 끌어낸 맨스티어의 'AK47'
현실과 같은 게임으로 게임의 '폭력성'에 대답한 펜과 텔러의 '사막 버스'

지난 28일 발표된 맨스티어의 싱글 ‘AK47’은 충격적인 가사를 곡 안에 담고 있다. 맨스티어는 개그 유튜버 ‘뷰티풀너드’가 의도적으로 풍자하기 위해 만들어진 아티스트다. 개그맨 최제우, 전경민 두 사람이 각각 가상의 힙합 아티스트 케이셉 라마, 포이즌 머쉬룸을 연기한다.

이들의 곡은 돈과 마약, 총기, 성애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싱글 AK47도 “AK47 맞고 사망하신 외할머니”와 같은 금기의 가사들로 가득하다. 만약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음악을 접했다면 반감부터 들 가능성이 높다.

2월 28일 발표된 맨스티어의 'AK47' 발매 당일 100만 조회수 기록과 음원차트 '핫100'에 올랐다. (자료: 뷰티풀너드 유튜브 채널)
2월 28일 발표된 맨스티어의 'AK47' 발매 당일 100만 조회수 기록과 음원차트 '핫100'에 올랐다. (자료: 뷰티풀너드 유튜브 채널)

맨스티어는 등장 초기부터 페이크 다큐멘터리 콘텐츠로 인기를 끌었는데 당시 가짜가 아닌 실제 인물들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아 오해를 낳기도 했다.

이후 유튜브 콘텐츠가 유명세를 타면서 이들의 코미디는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번 싱글은 오히려 ‘진짜’ 힙합과 ‘가짜’ 힙합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쟁을 끌어내면서 한동안 커뮤니티를 달궜다.

일부 매체에서는 이들의 곡이 도가 지나친 조롱이며 선을 넘은 가사가 청소년들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우려의 의견도 내놓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음악이 기믹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많은 대중은 'AK47'을 잘 짜인 코미디의 일종으로 바라보고 즐기는 데서 그쳤다.

1995년 마술사이자 코미디 듀오 펜과 텔러(Penn & Teller)는 게임을 통해 사회적인 풍자와 함께 현실적인 게임에 대한 담론을 가져왔다.

펜과 텔러는 마술과 코미디를 결합해 1980~90년대 미 대륙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들은 마술 트릭을 알려주고 친구들에게 장난치는 방법을 알려주는 비디오 등을 제작하는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도 큰 관심을 가졌다.

1995년 이들은 6종의 미니 게임을 실은 ‘펜과 텔러의 연기와 거울(Penn & Teller’s Smoke and Mirrors)’을 가정용 콘솔 기기 세가CD(메가 CD)용으로 선보이고자 했다. 안타깝게도 당시 퍼블리셔의 재정 문제로 대중에게는 공개되지 않았고 리뷰어를 위한 사본 소수만 남아 전해졌다.

게임이 알려진 것은 그로부터 약 10년의 세월이 지난 2005년. 한 리뷰어에 의해 발굴, 웹사이트에 등록되면서 게임의 존재가 대중들에게 공개됐다. 게임의 퀄리티는 조악하고 볼품없었지만, 그중 하나의 게임이 컬트적인 인기를 끌면서 유명세를 탔다.

바로 안티 게임으로 종종 언급되곤 하는 ‘사막 버스(Desert Bus)’다. 아무것도 없는 사막의 도로에서 플레이어는 버스를 조종한다. 목적지는 펜과 텔러의 공연이 벌어지는 라스베이거스다. 게임이 컬트적인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실시간으로 8시간을 주행해야만 목적지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추후 펜과 텔러의 라디오 쇼 인터뷰에서 해당 미니 게임은 당시 게임을 청소년의 폭력성을 조장하는 도구로 보는 시선에 대한 대답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엔터테인먼트를 그 자체로 보지 못하고 현실과 혼동하는 이들을 꼬집기 위해 완전히 현실적인 게임을 만든 셈이다. 게임 매뉴얼에서도 게임의 의도를 명확히 밝히고 있다.

“사막 버스(Desert Bus)는 새로운 현실과 같은 게임(Verisimulator)이다. veri 라틴어 verus(사실), similis(유사)에서 파생됐다. Verisimulator는 실제와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며 때로 삶은 정말 암울하기도 하다.”

이후 ‘사막 버스’는 모바일과 VR로 재출시됐다. 스팀에서 VR 버전을 무료로 즐길 수 있는데 게임 평가는 '매우 긍정적', 1,000개의 리뷰가 등록되어 있다. 1995년 게임 출시 당시 몇몇 리뷰어들이 플레이 가치가 없는 게임이라는 혹평을 남겼던 것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아마도 추후 인터뷰에서 밝힌 의도가 게이머들 사이에 알려졌기 때문일 것이다. 단순한 유희를 넘어서서 게임의 제작 의도와 게임의 존재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사막 버스'는 2007년 코미디 그룹 '로딩레디런(LoadingReadyRun)'에 의해 게임 플레이 마라톤과 자선 행사를 결합한 'Desert Bus for Hope'를 기획되어 재조명됐다.

맨스티어와 펜과 텔러는 각자의 독특한 방식으로 대중들에게 음악과 게임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풍자의 소재와 대상이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이들이 코미디 듀오라는 공통점 그리고 단순히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현실과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비꼬는 태도가 같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또 이들이 작품으로 불러온 논쟁은 물론 코미디와 힙합, 게임을 다루는 방식과 경계 그리고 대중의 시선을 다루는 접근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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