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맥 끊겼던 방식의 전투 시스템, 어떻게 트렌드 맞게 부활했을까
상성, 작전, 조합의 무한한 자유도가 편리한 조작 편의성을 만날 때

SRPG 게임 방식은 오랫동안 거기서 거기였다. 이 게임이 나오기 전까지는.

바닐라웨어 신작 '유니콘 오버로드'가 화제다. 전략이나 턴제 RPG를 좋아하는 유저가 한 번 잡기 시작하면 며칠간 시간이 삭제되는 일은 흔하다. 실제로 관련 장르 전문 스트리머들이 휴방일도 잊어가며 밤을 새워 엔딩을 향해 달려나가는 모습이 포착되곤 했다.

유니콘 오버로드는 SRPG로 분류되지만, 문법이 굳어진 이 장르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게임 스토리와 캐릭터 개성은 지극히 무난하다. 하지만 간편한 동시에 무한히 깊은 전투 시스템이 모든 것을 떠받치고 있다. 

부대가 서로 만나 벌어지는 전투는 자동 턴제로 진행된다. 각자 행동속도와 택틱에 맞춰 스킬을 시전하고 그 결과에 따라 승패를 가른다. 하지만 유저가 마냥 손을 놓는 것이 아니다. 먹고 먹히는 유닛 상성을 감안해 부대를 조합하고, 그 병력을 움직여 상대 거점을 점령하러 진군한다. 병력 이동은 실시간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개성은 작전 세팅이다. 유저들 사이에서는 '코딩'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만큼 세부적인 것까지 가능하다는 의미다. 바로 이 코딩이 무한히 파고드는 전술을 만들어낸다.

유니콘 오버로드 작전의 설정 자유도는 지극히 넓다. 스킬의 발동 우선순위는 물론, 사용 조건과 지점과 우선 공격 대상까지 모두 지정할 수 있다. 무기와 액세서리마다 패시브나 액티브 스킬이 붙어 있기도 해서 경우의 수가 무한하다.

유니콘 오버로드의 꽃, 작전 코딩
유니콘 오버로드의 꽃, 작전 코딩

예를 들어 특정 공격 스킬을 "우선순위 두 번째로, 앞뒤로 늘어선 적에게, 공격력이 높은 적을 우선으로" 발동하도록 지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패시브 발동도 마찬가지다. 이런 작전이 부대의 다른 아군과 맞물리면서 상상도 못한 연계 콤보가 개발되기도 한다. 

유저 입장에서는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지휘관으로서 머릿속 상상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번거로운 조작은 필요 없다. 출격할 부대들을 정하고 부대가 나아갈 지점만 지목해두면, 알아서 전진하고 싸운다. 전술 자유도가 높은데 손은 편하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닌텐도 스위치 최적화와 휴대감도 굉장히 뛰어나, 모바일로 비슷한 게임이 나와도 재미있겠다는 유저 반응이 나온다. 특히 전략 화면의 부대 지정과 이동은 PC나 모바일에서 훨씬 편할 게임이다. 각종 게임에서 연구 가치가 있는 이유다.

바닐라웨어는 매우 작은 개발사다. 그럼에도 항상 웰메이드를 고집했고, 창립 후 22년 동안 모든 게임을 콘솔 플랫폼으로만 출시해왔다. 게임 규모는 크지 않지만 독특한 개성 덕에 많은 개발자들이 이 게임사의 팬을 자처하기도 한다. 

그만큼 업계 벤치마킹도 여러 곳에서 이루어진다. 감성을 아름답게 자극하는 2D 아트워크와 애니메이션이 대표 소재다. 많은 아티스트가 바닐라웨어 화풍을 공부하고 이를 재해석했다. 도를 넘을 경우 표절 논란이 벌어지는 일도 흔했다.

이번 유니콘 오버로드는 바닐라웨어의 기존 강점에 더해, 잊혀졌던 '전설의 오우거 배틀' 시절게임성을 정교하게 되살린 전투로 더욱 큰 주목을 받는다. 10년 전부터 기획하고 만들어온 정성이 느껴지는 게임이다. 캐릭터도 매우 많이 투입할 수 있어 응용 가능한 장르가 많다.

미니맵의 UI도 배울 점이 많다
미니맵의 UI도 배울 점이 많다

유의할 점도 있다. 작전 세팅의 중요성에 비해 게임이 쉽다. 적 부대 조합이 후반까지도 단조로운 편이기 때문이다. 다만 개발 관점에서 보면, 복잡하게 디자인했을 경우 지나치게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유닛간 직업 상성이 절대적일 만큼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작전 코딩도 마찬가지다. 복잡한 수준이면 모바일 플랫폼에서는 장벽이 너무 커지고, 누구나 최적의 작전을 짜도록 간략화한다면 굳이 시스템을 넣는 의미가 없다. 그 적절한 밸런스를 찾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니콘 오버로드의 전투 구조는 매력적이다. 스토리나 밸런스에 별 감흥이 없는데도 전투 재미만으로 이 정도 파괴력을 내는 게임은 드물다. 앞으로 더 발전 가능성이 남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수집형 게임이 덱빌딩 로그라이크 콘텐츠를 만드는 시대에 어떤 응용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지금도 플랫폼을 불문하고 수많은 전략 게임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도 나올 것이다. 새로움이 필요한 시대에 한동안 없었던 방식으로 재미를 보장하는 게임이 등장했다. 앞으로 어떤 신작이 새로운 게임성을 '코딩'해낼 것인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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