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지표 공개 및 다양한 세팅을 실험할 수 있는 기능 도입 필요

[게임플] 지난 14일 스마일게이트RPG의 대표작 로스트아크가 업데이트한 클래스 및 유물 아이템 밸런스 조정안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로스트아크는 "시즌 2 이후 전투 환경의 변화에 맞춰 스킬 구조가 가진 문제점에 대해 꾸준히 고민해왔고 군단장 레이드 업데이트 이후 시도한 다양한 유물 세트 효과가 적용된 지표 역시 함께 꾸준히 관찰해 왔다"라며 밸런스 패치 내역을 공개했다.

이번 밸런스 패치의 목적은 '클래스 간의 성능 평준화'였다. 현재 로스트아크에 존재하는 클래스들의 종합적인 성능은 클래스별로 편차가 나타났다. 리퍼는 상당히 높은 위치에 있었단 반면, 데모닉과 호크아이는 그에 반해 고점이 낮았던 것이다.

또한, 화력을 발산하기 전에 준비하는 사전 작업도 논란으로 떠올랐다. 예를 들어 디스트로이어의 경우 '시너지 스킬 사용 → 거리 조절 → 스킬 차징 → 타격' 이 과정을 끝내야 최대 피해량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군단장 레이드가 출시되면서 몬스터의 동작이 예전보다 재빨라졌고 비아키스의 경우 몬스터의 크기도 작을 뿐더러, 피격 시 디버프 효과가 부여돼 파티가 전멸할 수 있는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사전 작업이 긴 클래스들은 더욱 불편함을 호소했다.

로스트아크는 "조금은 먼 이야기이기 때문에 당장 딜 구조 개선에 의미가 있는 클래스들의 개선 작업을 우선적으로 진행했다"라며 "이번 변화로 보다 쾌적한 플레이와 변화된 전투 환경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유물 장비 세트의 개선도 함께 이뤄졌다. 로스트아크의 설명에 따르면 유물 장비 세트의 목표는 수치 위주의 단순한 효과 제공을 벗어나 이용자에게 고민과 선택의 여지를 주는 재미를 부여하는 목적으로 설계됐다.

하지만 그 목적과 다르게 특정 상황에서 전혀 사용할 수 없어 논란으로 떠올랐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개선안이 적용된 것이다.

수많은 이용자들이 3월 31일 예고된 밸런스 패치에 기대감이 높았다

그 결과 워로드의 경우 기존 대미지를 줄이는 대신 헤드 어택 판정을 부여하는 조건부 상향 패치가 이뤄졌으며, 디스트로이어의 경우 정면에서 공격하는 스타일을 고려해 '풀스윙'과 같은 스킬에 헤드 어택 판정을 부여하는 동시에, 고숙련도를 요구하는 '날카로운 해머'와 같은 트라이포드는 유지하고 숙련도가 낮은 이용자들이 선택해 볼 수 있을 만한 '뇌진탕' 트라이포드를 상향했다.

이 외에도 로스트아크는 상향 패치와 관련된 조정에선 나름 합리적인 방향으로 조정했다. 기존에 부족한 성능을 보여준 클래스인 버서커, 데모닉, 호크아이, 건슬링어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문제는 반대의 상황이다. 하향 패치 혹은 현상 유지와 관련된 조정은 이용자들에게 굉장히 민감한 요소다.

이에 따라 개발팀은 조정에 대한 의도를 확실하게 전달하고 납득시켜야 부정적인 반응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기자가 최근 육성을 시작한 '블레이드'를 예로 들어보자. 신규 이용자들이 클래스를 결정할 때 가장 많이 참고하는 것은 공식 소개 영상이다.

이 영상에서 블레이드는 대부분 '쌍검'을 통한 스타일리쉬한 전투를 펼치는데, 신규 이용자들은 이 모습에 매료되어 블레이드를 과감하게 선택한다.

하지만 실제 블레이드는 스타일리쉬한 공격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쌍검을 통한 스타일리쉬한 공격이 아닌 대검을 통한 묵직한 한 방이 주력 스킬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로 사용되는 블레이드의 운용은 블레이드 오브를 최소 2.1버블까지 충전한 후 잔재된 기운 버프를 활성화시켜 30초 안에 대미지를 주고 다시 갱신시켜 스킬 쿨타임을 초기화하는 방식이다.

잔재된 기운의 기준이 되는 2.1버블을 충전하기 위해선 게이지 수급량이 높은 기술을 선택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돕는 스킬이 '마엘스톰'이라는 버프 스킬과 '어스 슬래쉬', '터닝 슬래쉬(또는 폴스타)'라는 스킬이다.

주력 스킬은 '블리츠 러시', '보이드 스트라이크', '소울 앱소버', '문라이트 소닉'은 모두 차징 혹은 홀딩 기술이기 때문에 발동 시간이 꽤 긴 편이다.

즉, 블레이드의 기본 운용은 마엘스톰 버프 5초 안에 3개의 차징 기술을 적중시키고 다른 기술을 섞어 오브를 충전해 '잔재된 기운' 효과를 갱신하는 것이다.

여기에 블레이드의 파티 시너지 기술은 '스핀 커터'로 적용되는 헤드 및 백 어택 피해 증가 효과라 문라이트 소닉을 제외한 주력 스킬들을 모두 백 어택으로 공격해야 최대 효과를 노려볼 수 있다.

현재 기자가 육성한 블레이드는 발탄(노멀), 비아키스(노멀)까지 클리어한 상태

이제 문제를 하나씩 살펴보면 블레이드가 가진 파티 시너지 '헤드 및 백 어택 피해 증가'는 서머너, 아르카나, 워로드 등 백 어택을 노리지 않는 클래스에겐 전혀 쓸모가 없는 효과라 블레이드는 파티 모집에서 한 차례 차별을 받게 된다.

추가로 자신의 시너지 효과를 받기 위해선 시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차징 스킬들을 모두 백 어택으로 적중시켜야 한다. (문라이트 소닉의 경우 백 어택 판정이 없어 자신의 시너지 효과를 받지 못한다.)

물론, 백 어택을 적중시키는 능력은 개발팀 입장에선 이를 숙련도 영역이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치명타 피해량, 치명타 적중률, 피해량 증가, 공격력 증가 등과 같이 스킬을 사용할 때 조건이 생기지 않는 시너지 효과와 비교하면 불합리한 효과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두 번째는 앞서 언급했듯이 오브 수급이다. 블레이드는 특화를 상승시킬 경우 아츠 게이지 회복량이 증가하는 동시에, 버스트 스킬 피해량, 아츠 발동 시 스킬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 효과, 각성 스킬 피해량이 증가한다.

얼핏 보면 특화 상승의 메리트가 크다고 여길 수 있지만, 주력 스킬의 피해량이 상승하지 않고 버스트와 각성 스킬의 피해량은 조건부 발동에 대미지가 높지 않다. 비슷한 예시로 '서머너'의 특화 구조와 같다.

그렇다고 아츠 게이지 상승량이 눈에 띄게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블레이드 이용자들이 백 어택 적중에 유용한 '다크 악셀'을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오브 수급이 원활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다크 악셀' 상향안에 있다. 다크 악셀은 10레벨 트라이포트 '하이 악셀'로 몬스터를 뛰어넘어 백 어택을 적중시킬 수 있게 만드는 스킬이다.

백 어택 시너지를 가진 블레이드 입장에선 무조건 채용해야 할 스킬이지만, 다크 악셀을 사용할 경우 오브 수급이 원활해지지 않기 때문에 많은 이용자들이 계륵으로 취급하고 있다.

로스트아크는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은 채 다크 악셀의 이동거리 2.0m 증가와 마나 소모량 감소만 상향했다.

오브 수급 외에 선·후딜레이가 긴 편이라 이동을 해도 바로 다음 공격을 펼치지 못하는 다크 악셀의 문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즉, 결과적으로 다크 악셀의 이동거리 증가와 마나 소모량 감소 패치는 블레이드의 운용 개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오히려 조건에 따라 불편해지는 상황만 늘어났다.

만약 다크 악셀에 스핀 커터와 같이 시너지 효과 부여, 오브 수급 관련 트라이포드 변경, 하이 악셀 4레벨 트라이포트 이동 등의 조치가 있었다면 개발팀이 언급한 '스타일리쉬한 블레이드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남게 된다.

2020년 8월 19일에 등록된 블리츠 러시 '듀얼 블리츠' 트라이포드 버그

마지막으로 버그 수정 관련이다. 블레이드의 주력 스킬 중 가장 강력하다고 평가되는 '블리츠 러시' 10레벨 트라이포드에는 '듀얼 블리츠'와 '쉐도우 러시'가 있다.

쉐도우 러시의 경우 잔상이 나타나 중거리 공격을 펼칠 수 있는 방식인 반면, 듀얼 블리츠는 직접 타격해 지속 피해를 입히는 형태다.

블리츠 러시는 두 가지 트라이포드 모두 버그를 가지고 있다. 듀얼 블리츠는 두 번째 트라이포드인 '차지 강화'와 '듀얼 블리츠'를 함께 적용하면 차지 단계에 따른 '차지 강화'의 피해량 증가 효과가 '듀얼 블리츠'의 도트 데미지에 적용되지 않는 현상이다.

쉐도우 러시에는 간헐적으로 잔상 공격이 캐릭터와 동일한 위치에서 진행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버그가 있다.

스킬의 자체 성능이 좋지 않아 사용하지 않는 상황은 어느 게임에서나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개발팀이 의도한 부분일 수도 있고 업데이트에 의한 변화 속에서 놓치는 부분일 수 있다. 

하지만 버그로 인한 스킬 사용 불가는 상품에 문제가 있는데도 그것을 그대로 사용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 엄연히 다른 문제로 취급해야 하며, 최대한 빠르게 수정을 해줘야 하는 사안이다.

그러나 약 6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로스트아크는 이 버그들이 어떻게 수정되고 있는지, 내부에서 어떤 문제가 있어 수정하지 않는 것인지에 대해 아무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었던 블레이드인지라 이번 밸런스 패치는 블레이드 이용자들의 누적된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한 기폭제 역할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인지한 로스트아크는 지난 밸런스 패치에서 가장 큰 문제로 꼽혔던 '창술사'와 '블레이드' 관련 추가 밸런스 패치를 진행하겠다고 금일(16일) 밝혔다.

우선 창술사는 사두룡격의 '덧난 상처'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난무 스킬과 각성기 피해량 하락, 아이덴티티 수급의 어려움 등으로 의도하지 않았던 성능 하향이 있었고 적정 수준의 상향 및 개선을 통해 바로 잡을 예정이다.

블레이드의 경우 '블리츠 러시' 버그를 최우선 과제로 놓고 수정할 것을 약속했다. 이를 본 블레이드 이용자들은 단순히 버그만 수정하고 블레이드의 구조적 문제는 전혀 개선하지 않을 거라는 우려를 남겼다.

하지만 개발팀은 "현재 블레이드가 가진 구조적 문제점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인 만큼 향후 밸런스 패치를 지켜봐야 할 거로 보인다.

아울러, 현재 가장 많은 문의가 접수되고 있는 '지배의 송곳니' 세트를 포함하여 모든 세트의 영향 수준을 검토 중에 있으며, 이 외에도 각 클래스, 장비 별로 잘못되거나 과도한 결과가 나타나는 요소는 없는지 추가로 분석해 조치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밸런스 패치는 모든 이용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개발팀의 의도와 내부 지표가 이용자들의 플레이 현황, 경험과 부합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애정이 담긴 캐릭터들의 능력치에 밸런스 패치를 조정했으면 개발팀은 그 변화에 어느 정도 이해를 시켜줘야 할 의무가 있다.

로스트아크는 이용자가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DPS 미터기, 클리어 랭킹 표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용자들은 정확한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의논을 펼칠 수밖에 없고 그러다 결국 각 클래스간의 싸움으로 이어진다.

만약 지표를 보여주면서 블레이드의 2.1버블 운용이나 창술사의 사두룡격 및 스탠스 버프 무한 갱신 운용 등이 너무 강력해서 밸런스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면 어땠을까?

아무 근거 없이 "점점 다양하게 변화하는 전투 환경과 블레이드의 플레이 스타일을 고려해 '다크 악셀'의 이동거리 및 재사용 대기시간을 조정했다"라는 문구만 남긴 것보다 불만이 크진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이번 밸런스 패치에서 제외된 인파이터, 아르카나, 데빌헌터, 스트라이커의 경우 그 이유에 대해서는 어떠한 설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그토록 기다렸던 이번 밸런스 패치는 각 클래스 개선안보다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에서 아쉬움이 많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용자들도 "패치에 따라 세팅을 테스트하려면 큰 금액을 소모해야 한다"라며 "테스트 서버나 수련장 세팅 교체 기능부터 추가하고 밸런스를 조정했으면 좋겠다"라고 피드백을 남겼다.

로스트아크는 최근 밸런스 패치를 시작으로 "눈에 띄게 튀어나온 지표가 있다면 특정 클래스만이라도 포커싱해 정규 밸런스 패치 이전에 응급대처를 하겠다"라며 "지속적인 밸런스 패치에도 오랫동안 하위권에서 방치되는 캐릭터가 있다면 의도적으로라도 강제적인 상향 작업을 진행한다"라고 약속했다.

현재 로스트아크는 다소 합리적인 BM과 다양한 콘텐츠 제공 그리고 짧은 주기의 신규 업데이트로 국내 게이머들에게 대대적인 인기를 끌었고 커피 트럭을 선물 받을 정도로 제2의 전성기를 걷고 있다.

이는 모두 외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다. 로스트아크가 더 큰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게임에서 탄탄한 내실을 요구하듯 게임 자체의 내부적인 구조를 더욱더 견고하게 다질 필요가 있다.

"게임의 수익보다 이용자들이 중요하다", "이렇게 무료로 제공하면 이용자들이 남는다" 로스트아크 금강선 총괄 디렉터가 이용자들에게 감명을 준 발언이다.

앞으로도 '빛강선'으로 불리기 위해선 로스트아크가 사소한 부분에서도 세밀하게 신경 쓰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거로 보이는데, 발 빠른 조치를 보여준 로스트아크가 어떤 방향성으로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일지 향후 행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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