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만남과 이별을 반복한다. 대상이 사람 대 사람일 수도 오랫동안 보아온 TV 드라마일 수도, 게임인 경우도 있다. 어찌 됐건 만남과 헤어짐은 필연이라는 것이다. 

게임에서 서비스 종료는 급작스러운 이별일 것이다. 비즈니스로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단순하게 말하면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 서비스를 그만하는 것이다. 온라인, 모바일 등 서버 접속형 게임에서 서비스 종료는 뼈아프다. 그 헤어짐이 일방적이고 인간관계와 달리 한번 끝나면 돌이키기가 어렵다. 

최근 중국산 게임들이 범람하면서 이러한 일방성은 문제점으로 대두됐다. 사전  공지 없이 접속이 끊기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타산이 맞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운영비가 나오면 ‘버티는’ 다수의 국내 게임사들과 달리 지금까지 서비스를 종료한 중국 게임사들은 서비스가 마이너스에 돌입하면 가차 없이 종료했다. 

비판을 받고 회사에 신용이 없어지면 이름을 바꾸고 다시 서비스한다. 구글-애플 모바일 마켓에 올리는 서비스는 일정 조건만 되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양날의 검’이다.

반면 유저들의 입장에서 시간을 들여 꾸준히 종료됨을 공지하고 서버는 닫지만, 게임 내 콘텐츠는 종료 후에도 즐기게 배려하는 회사도 있다. 18일 넥슨의 ‘야생의 땅 듀랑고’가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미 3분기부터 예고돼 왔던 일이다. 

사실 넥슨에서 듀랑고가 가진 의미는 특별하다. 이은석 PD가 듀랑고는 ‘창의적으로 놀 수 있는 놀이터’라고 주창했던 것처럼, 양산형 게임의 고착화 속에 샌드박스를 도입해 자율성을 극대화했다. 그리고 ‘혜자 게임’으로 불릴 만큼 과금 또한 최소화하며 기존의 넥슨에 손톱 밑 가시처럼 박혀있던 고정관념을 없애는데 중추적 역할을 해온 작품이다. 

헤어진다고 하더라도 남겨진 유저들을 위한 배려도 남다르다. 앞서 이달 4일 넥슨은 페이스북을 통해 마지막 업데이트 소식을 알렸다. 이것 또한 이전부터 언급한대로 개인 섬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는 ‘개인 섬 기록하기’와 오프라인 상에서 사유지를 가꾸고 건설해 볼 수 있는 ‘창작 섬’이다. 두 가지 모두 서버 접속 없이도 접근 가능한 콘텐츠로, 게임 서버는 닫혀도 개인적으로 듀랑고를 즐길 수 있게 한 것이다. 또 서비스 종료 후에도 새로운 캐릭터로 사유지를 만들고 꾸미는 ‘창작섬’, PC판 배포 계획도 기존 유저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만남보다 이별이 더 어려운 요즘 넥슨의 이 같은 방법은 상술했던 이별의 공식 중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바탕에는 공감 능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게임을 상품으로만 접근해 수치로 계산하고 끝낸다면 쉽게 나오지 못할 이별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평판은 또 다른 유무형의 자산을 만들고 견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모바일 게임에서 비로소 컨디션을 되찾은 넥슨이기 때문에 이러한 의미는 더욱 값져 보이며 이런 방향성은 2020년 넥슨의 밝은 청사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콘텐츠에서 공감력은 가장 강한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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