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게임사에게 많은 것을 남긴 검은사막

정진성 기자

[게임플] 지난 4월 29일, 펄어비스는 약 4년 4개월 동안 카카오게임즈가 운영해왔던 검은사막을 자체 서비스한다고 밝혔다. 오는 30일부터는 펄어비스가 검은사막을 운영 및 서비스하게 되며 현재 계정 이관절차가 진행 중이다.

검은사막은 여러모로 두 게임사에게 많은 것을 남긴 작품이다. 펄어비스에게는 회사 자체의 설립에 기여했고, 카카오게임즈에게는 ‘PC게임도 퍼블리싱 할 수 있다’라는 역량을 외부로 알리는 역할을 했다.

2014년 12월 오픈 베타 서비스를 시작으로 2015년 7월 정식 출시된 검은사막은 출시 전부터 많은 이들의 우려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당시 자체 엔진인 ‘검은사막 엔진(Black Desert Engine)’을 활용한 높은 수준의 그래픽은 보는 이들의 기대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약 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국내 온라인 MMORPG 중 가장 높다 평가 받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리마스터까지 진행해 그래픽 수준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여기에 ‘매주’ 진행하는 업데이트는 펄어비스가 검은사막이라는 게임의 개발에 얼마나 큰 열정을 쏟는 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국내 서비스는 카카오게임즈(당시 다음게임)이 맡았다. 당시 카카오게임즈는 모바일게임의 퍼블리셔로서는 자리를 잡았으나, PC게임 운영 역량에는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많았다. 질적으로도 방향적으로도 여러모로 모바일과 온라인의 플랫폼 차이는 명백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게임즈는 이를 극복해냈다. 물론 크고 작은 면에서 유저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지만, 2016년 3월 검은사막의 북미/유럽 서비스도 성공적으로 진행했으며, 여러 유저 행사나 이벤트도 매번 유저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면서 카카오게임즈는 점점 성장해나갔다. 북미/유럽의 성공적인 서비스를 토대로 다시 오픈한 에오스를 서비스하기 시작했고, 배틀로얄 시대를 이끈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의 국내 서비스도 맡았다.

검은사막으로 시작해 PC게임 퍼블리셔 역량을 크게 확장시킨 것이다. 이를 통해 이제는 해외에서 ‘명작’이라 분류되는 패스오브엑자일의 국내 서비스도 앞두고 있다. 비록 검은사막은 떠나가지만 이를 통해 얻은 것이 많다고 볼 수 있다.

펄어비스 또한 개발 역량과 더불어 자체 운영 역량을 계속해서 쌓았다. 대만, 싱가포르, 중동, 터키 등지에서 100% 자회사 법인을 설립해 해외 운영 역량도 키웠다. 이후에는 펄어비스의 첫 자체 운영 작품인 검은사막 모바일을 지난해 2월 출시해 현재까지도 스토어 상위권에 올려놓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운영 역량을 천천히 끌어올렸다. 올해 초 해외 시장에 엑스박스원 버전을 출시해 여러모로 화제가 됐던 것도 이러한 운영 노하우가 쌓인 것이 크다.

그런 펄어비스가 이제는 자신들의 ‘시작’이었던 검은사막을 자체 서비스한다. 검은사막이 론칭된지 약 2년 반이 지났던 지난 2016년, 펄어비스의 정경인 대표가 “개발뿐만 아니라 서비스도 가능한 회사를 만들겠다”라고 말한 바 있는데,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았을 때는 이미 이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게임즈에게는 PC게임 퍼블리셔로서의 역량을, 펄어비스에게는 개발에 이어 서비스도 가능한 게임사임을 알린 검은사막이다.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의 태동기를 이끌었던 리니지, 뮤 등 이후 이렇다 할 IP가 없던 국내 시장에 또 하나의 IP를 심어주기도 했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계약 종료를 앞두고 퍼블리셔와 개발사 간에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 경우는 게임업계에 좋은 선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며, "펄어비스 서비스 역량은 이미 입증 받았다. 러시아, 대만, 터키 등 검은사막을 이미 직접 퍼블리싱하고 있고 검은사막 모바일은 한국과 일본, 대만 그리고 엑스박스 버전의 북미/유럽 지역도 자체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찌 보면 카카오게임즈에게 검은사막은 ‘가슴으로 낳은 아이’일 것이며, 펄어비스에게는 ‘밖에서 잘 성장해서 돌아온 아이’일 것이다. 그렇기에 카카오게임즈와 펄어비스의 이관 합의가 문제 없이 진행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과연 두 게임사는 검은사막이 남긴 것들을 토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이후가 궁금해지는 건 비단 기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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