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여지 있으나 게임 진흥 의지 보이는 문화부, 여전히 냉담한 여가부와 보건복지부

김한준 기자

[게임플] 운동회에서 이인삼각 달리기를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단순해보이는 놀이가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것이다. 다른 사람이 왼발을 내밀 때 내가 오른발을 같이 내밀면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그게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다. 내미는 속도, 내딛는 보폭이 다르면 앞으로 한걸음도 나아가기 어려운 것이 이인삼각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가 5천억 규모의 콘텐츠 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게임산업이 문화부가 육성하겠다는 콘텐츠 산업의 범주에 들어있음은 물론이다.

게임스쿨 개교, e스포츠 전용 경기장 설립을 포함한 e스포츠 관광상품 개발 등의 정책을 포함해 정부 주도하에 게임산업 규제를 혁신하겠다는 이야기도 이번 콘텐츠 산업 육성 전략에 포함된 이야기다. 

자체등급분류 사업자의 수를 늘리고 성인의 PC온라인게임 결제 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는 등 문화부가 공개한 콘텐츠 산업 육성 전략은 실제 업계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된 모습이다. 

물론 이에 대한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화부가 책정한 e스포츠 전용 경기장 설립 예산은 2019년에 66억 원, 2020년에 24억 원 수준이다. 이 기간 중 e스포츠 인프라가 구축된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3개의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을 만들겠다는 문화부의 계획대로라면 한 개의 경기장을 설립하는데 30억 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경기장 하나를 개설하는 데 필요한 예산으로는 턱 없이 부족한 금액으로 자칫 부실한 경기장이 만들어질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임스쿨이나 전공과목 개설에 대해서도 지적이 벌써부터 이어지고 있다. 문화부는 연세대학교와 e스포츠 관련 전공과목 개설을 위한 MOU를 지난 12일 체결했다. 연세대학교가 환태평양 대학 협회의 e스포츠 발전 협회의 설립회원으로 학문적 저변 확대에 나서왔다는 것이 MOU 체결의 주요 이유로 꼽힌다.

문제는 e스포츠 산업이 마주하고 있는 문제가 산재한 가운데 학문적 접근을 하는 것이 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발상이라는 지적을 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e스포츠 인프라 구축과 e스포츠 인재 양성에 소위 말하는 명문대의 커리큘럼이 어떠한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인지 짐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명문대학교에도 e스포츠 전공이 개설됐더라' 하는 식의 여론은 명문대의 명성에 기대어 기성세대에게 e스포츠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이끄는 결과를 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 e스포츠의 현실에서 이러한 접근은 '뜬구름 잡기'와 다를 것 없다는 지적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물론 게임산업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문화부의 노력 자체는 긍정적인 것이다. 이를 폄하하는 이들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문화부의 이러한 계획이 실효를 낼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은 게임에 대한 정부 정책이 문화부의 의도대로만 흘러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우려가 있음에도 문화부는 게임산업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려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와 보건복지부(이하 보건부)는 게임에 대한 더욱 강력한 규제를 주장하는 부처들도 존재한다. 게임을 도박으로 규정하고, WHO의 ICD-11을 근거로 중독물질로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멈추지 않고 있다. 문화부의 게임산업 육성 정책이 의도대로만 흘러가지 못 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게 되는 이유다.

부처간의 입장 조율이 전혀 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문화부가 콘텐츠 산업 육성 전략으로 '게임산업'에 대한 지원을 시도해도 자칫 허공에 예산만 뿌리고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마치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려는 이인삼각 달리기 참가자가 힘은 힘대로 쓰고 정작 시작점에서 몇 걸음 나아가지도 못 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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