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주제를 놓고 극과 극의 사례가 만들어졌다

김한준 기자

[게임플] e스포츠라는 개념이 만들어진지도 어느덧 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으나, 여전히 이 개념을 받아들이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온도차는 명확하다. 아니. 오히려 e스포츠는 예전보다 더욱 설명하기 복잡한 개념이 됐다고 하는 편이 정확하겠다.

과거에 e스포츠를 두고 펼쳐지는 논쟁은 게임에 국한된 주제로 펼쳐졌다. '게임 하나를 두고 정기적으로 대회를 펼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남들이 게임하는 모습을 방송으로 보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등 게임 콘텐츠가 직접 즐기는 것 이상의 가치를 지녔는지 아닌지에 대한 논쟁이 펼쳐졌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며 이러한 논쟁은 자연스럽게 끝났다. 답이 나왔기 때문이다. 게임 대회가 정기적으로 펼쳐지는 것은 가능했고, 남들이 게임하는 모습을 방송으로 보려는 사람들은 생각 이상으로 많았다. e스포츠가 자리잡는 순간이었다.

현재 e스포츠를 두고 펼쳐지는 논쟁은 e스포츠의 정착과 시장 가능성에 대한 것을 넘어 e스포츠가 'e'자를 떼어내고 정통 스포츠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펼쳐지고 있다.

모든 논쟁이 그렇듯이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 모두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를 들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 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이런 논쟁이 더욱 치열하게 펼쳐진 해이기도 한데, 기존 e스포츠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가 실제로 펼쳐진 '원년'이기 때문이다.

기존 스포츠 이벤트인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가 시범종목으로 선정되며 e스포츠의 범주가 더욱 확장될 수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기도 했고,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기존 스포츠 산업의 운영 방식을 e스포츠에 접목한 오버워치 리그를 출범하며 e스포츠의 형태가 한 걸음 더 변화할 수 있음을 알리기도 했다.

현대 프로 스포츠의 기본 개념인 '지역연고제'는 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도 통용됐으며, 이는 e스포츠에 더욱 많은 자본이 몰려들며 e스포츠 산업 자체가 확대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산업이 커지자 e스포츠는 미디어에 노출되는 빈도가 더욱 늘어났고, 이는 게임에 관심이 없는 대중들도 e스포츠를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e스포츠가 '다음 세대'로 향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e스포츠가 전통 스포츠로 편입될 수 있냐는 의견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올해에는 전통 스포츠로 편입 가능성이 나타나자 이에 대한 역반응도 강하게 드러났다.

e스포츠가 전통적 스포츠 영역에 들어올 수 없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이 내거는 가장 보편적 이유는 게임의 저작권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 속해 있으며, 기업의 입장에 따라 게임의 규칙이 변경되거나 혹은 서비스가 아예 종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올해 e스포츠 산업은 실질적인 사례를 만들며 전통적 스포츠 영역으로 진입 가능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이렇게 반대 의견을 내는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는 것이다. 

히어로즈오브더스톰 글로벌 챔피언십이 내년부터 개최되지 않는다는 소식은 이런 사례의 대표적인 예시다. 게임사가 해당 게임 리그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은 e스포츠가 문화가 아닌 사업모델에 일부일 뿐 아니냐는 반문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극과 극의 사례가 정확하게 연초와 연말에 발생한 덕에 e스포츠의 영역 확장에 대한 찬반논란은 올해보다 내년에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과연 e스포츠는 전통 스포츠 영역에 발을 디딜 수 있을까? 아니면 그와 무관하게 자신만의 영역을 확장해 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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