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측에는 당당했으며 대의명분에는 공감했다

김한준 기자
[게임플] 올해 국정감사(이하 국감)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화제거리를 남겼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 출석한 외국계 IT기업 대표 3인의 태도였다.
 
구글코리아의 존 리, 애플코리아의 브랜든 윤, 페이스북 코리아의 데미안 여관 야오 대표는 국감 현장에서 자신들을 향한 대부분의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외국계 IT기업이 조세회피를 하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져 온 상황이기에 국감 현장에서는 이에 관련한 질문이 이어졌다. 국내 매출은 얼마인지. 캐시서버 보유와 카드매출 수신처의 현황은 어떠한지. 조세납부는 정상적으로 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들이었다.
 
대답은 천차만별이었다. 영업비밀이기에 공개할 수 없다.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모른다. '가능하다면' 자료를 제출하겠다. 하지만 모두 질의에 걸맞는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것으로 귀결되는 답변이었다. 구글 코리아 존 리 대표는 아예 의원들의 질의를 통역을 거쳐 듣고, 영어로 답변하는 태도를 보여 '질의시간이 한정된 국감의 특성을 악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존리의 한국어 실력은 매우 능숙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런 소식을 접하고 있자니 이번 국감에서 한국 게임업계를 대표해 증인으로 자리한 이들의 태도가 더욱 인상적이다. 게임업계를 향한 날선 지적, 편견어린 질의가 이어질 것임이 명약관화한 상황에서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 한국게임산업협회의 강신철 회장 모두 최대한 성심껏 답변하려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들 역시 상기한 외국계 IT기업 대표들의 사례처럼 국감 현장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요리조리 피해가거나 핵심에서 벗어나는 답변으로 일관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국감 현장에 증인으로 참석한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답변은 명료했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의원들의 지적이 실제와 어떤 면에서 차이가 있는지를 답변했다. 또한 청소년 보호정책에 대한 의원들의 지적에 동의하며 이에 대한 준비를 할 것이라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김택진 대푱의 경우는 준비한 답변을 질의 의원이 제지하는 바람에 다 하지 못 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국감 현장에 이들이 모두 자리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껄끄러운 자리에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는 기업인들은 이야기는 매년 국감이 열릴 때마다 비판의 대상이 될 정도로 흔한 일이다. 
 
때문에 이번 국감에 게임업계 관계자들. 특히 협회나 위원회 관계자가 아닌 개인 사업가인 김택진 대표가 자리한 것은 꽤나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게임업계를 바라보는 삐뚤어진 시선에 정면으로 맞서고, 대답하지 못 할 것이 없다는 태도를 지녔다는 의미를 띄기 때문이다. 
 
아마 국감 현장에 증인참석 신청을 받은 게임업계 인물들이 출석을 피하거나 명쾌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면 정치권에서 자신들의 주장에 대해 게임업계가 할 말이 없기 때문에 자리를 피했다는 빌미를 줬을 수도 있다. 
 
물론 국감에 출석하고 당당하게 답변했다고 해서 게임업계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국감에서 보인 태도는 게임업계가 이 산업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에 대해 얼마나 당당한지. 할 이야기가 많은지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정치권은 매년 하던 이야기를 올해 국감에서도 반복했다. 의도만 있지 근거는 빈약했다. 반면 게임업계는 이런 분위기에 정면으로 나섰고, 해야 할 이야기를 모두 했다. 업계의 입장만 고집한 것도 아니다.

청소년 보호라는 대의명분에는 찬성하며 이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도 보였다. 이런 점만 본다면 이번 국감의 게임 관련 논쟁에서 어느 쪽이 우위를 점했는지는 명백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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