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적 개념의 구체화가 유발할 수 있는 실질적인 문제들

세계보건기구(WHO)가 관리하는 규정집 IDC-11에 새롭게 추가된 '게임장애'(Game Disorder)이라는 개념이 전세계 게임업계를 발칵 뒤집어놨다. 

세계인의 건강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국제기구가 게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질병'의 범주에 포함시킴과 동시에 추상적으로 존재했던 개념을 구체화시키고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IDC-11이 얼마나 타당한 근거 하에 정립된 규정인가'는 차치하더라도 WHO의 이런 행보를 두고 IDC-11이 통과될 경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대거 발생할 것이라며 염려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무척 높은 상황.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IDC-11의 '게임장애' 항목은 어떤 문제를 유발할 수 있을까? 금일(9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진행된 '게임문화의 올바른 정착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이장주 심리학 박사는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이장주 박사는 '게임장애'가 서구권의 오리엔탈리즘에 입각한 사례 중 하나라고 풀이했다. 동양에서 발생한 특정 사례를 '부정적인 역할'의 대표격으로 규정하고 일반화 시켜 이름 붙인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이런 현상이 반복될 경우 허구의 텍스트가 점점 진실처럼 인식되어 하나의 전통처럼 일반화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문제는 애초에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 보기 힘든 '게임장애'가 명문화, 규정화 될 경우 오히려 실질적인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는 관계가 없는 사례를 자신의 입장에 끼워맞춰 원래대로라면 발생하지 않을 실질적인 문제를 겪게되는 이들이 존재하는데, '게임장애'가 이런 역할을 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이장주 박사는 이야기했다. 실제로는 게임과 전혀 관계가 없는 증상임에도 스스로 이를 '게임장애'로 인식해 증상이 심해지거나, 게임을 하고 난 후 없던 증상이 있다고 믿게 되는 사례가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또 다른 문제는 '게임장애'를 내세워 사회적으로 무형적, 유형적 이득을 취하려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중독물질로 인해 6개월 이상의 치료 및 교정을 받는 이들이 복무부적합 판정을 받게 되는데, '게임장애'가 명문화되게 되면 이를 악용해서 국방의 의무를 어기려는 이들이 발생하게 될 수도 있다. 부정한 방법으로 의무를 벗어나려는 이들의 수단으로 '게임장애'가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이야기는 청중의 관심을 끌었다.

또한 '게임장애'가 정신장애로 분류될 경우 개개인의 막대한 의료비 지출을 유발하게 되며, 직업과 사회적 활동을 제약하는 새로운 규정을 만들게 되어 사회적 비용지출도 이끌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으며, 마지막으로 불필요한 자기검열을 강제하는 사회풍토를 만들 우려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장주 박사는 "'게임장애'는 보건의료계나 게임계가 독점할 수 없는 시민사회의 숙의민주주의 영역에 걸친 문제"라고 이야기하며, "개인의 건강문제를 초월한 중요한 미래결정 사안이니만큼 심사숙고를 거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게임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